여행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저자 | 알랭 드 보통
저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으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자전적 경험과 풍부한 지적 위트를 결합시켜 사랑과 인간관계에 관해서 탐구한 독특한 연애소설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우아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문학과 철학과 역사를 아우르며 현대적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에세이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행복의 건축』, 『불안』, 『일의 기쁨과 슬픔』, 『공항에서 일주일을』,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등을 연이어 출간하며, 다음 저작이 가장 기대되는 저자로 꼽히고 있다. 드 보통의 저서들은 현재 20여 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2003년 2월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슈발리에 드 로드르 데자르 에 레트르”라는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같은 해 11월에 유럽 전역의 뛰어난 문장가에게 수여하는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 상”을 수상했다. 그는 현재 런던에서 살고 있다.
번역 | 정영목
역자 정영목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 교수이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도서출판 청미래에서 번역, 출간한 책으로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공항에서 일주일을』, 『행복의 건축』, 크리스토퍼 파올리니 “유산” 4부작 『에라곤』, 『엘디스트』, 『브리싱거』 등이 있다.
안녕하세요 :)
서재지기 새별글입니다.
여러분은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낯선 지역이 주는 새로운 느낌과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이 묘한 두근거림을 느끼게 합니다. 요즘은 육아를 하느라 여행을 자주 가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네요. 그래서 이번에 읽은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입니다. 나중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여행을 오롯이 즐겨보고 싶어서요.
여행의 기술은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각 챕터마다 장소와 안내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책을 통해 여행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여기서 안내자란 저자가 생각했을 때 여행의 기술과 관련된 사람들입니다.
저자는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과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나름 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이 책을 쓰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제 하나씩 살펴보실까요?
출발
I. 기대에 대하여
아름다운 대상이나 물질적 효용으로부터 행복을 끌어내려면 그 전에 우선 좀더 중요한 감정적 또는 심리적 요구들을 충족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책의 도입부에서는 저자가 연인과 함께 했던 여행 일화를 다루며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언급합니다. 저자는 여행을 떠났을 때 감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여행이 즐겁지 않다고 말합니다.
II.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여기서는 여행을 위한 장소를 공항, 비행기, 휴게소, 기차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비행기에서 구름을 보면 고요가 찾아든다. 저 밑에서는 적과 동료가 있고, 우리의 공포나 비애가 얽힌 곳들이 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지금은 아주 작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이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를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로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우리가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곳이 반드시 집은 아니다. 가구들은 자기들이 불변한다는 이유로 우리도 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가정적 환경은 우리를 일상생활 속의 나라는 인간, 본질적으로는 내가 아닐 수도 있는 인간에게 계속 묶어두려고 한다. 호텔 방들 역시 정신의 습관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슷한 기회를 제공한다.
여행을 통해 생각과 자아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새로운 곳에 가면 낯선 풍경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동기
동기 부분에서는 여행을 떠나는 큰 이유인 이국적인 것과 호기심에 대해 다룹니다. 여러분의 여행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이국적인 것이 더 큰 것 같습니다.
III.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없는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찾는 것이 사랑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사랑할 때는 우리 자신의 문화에는 빠져 있는 가치들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도 따라갈 것이다.
IV. 호기심에 대하여
이 파트에서는 현대 생태학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훔볼트가 안내자로 등장합니다. 저자는 훔볼트처럼 여행에서 큰 발견을 하지 못할지라도 우리의 삶을 고양해주는 작은 생각들을 가지고 여행에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의 발견은 나에게 생기를 주어야 했다. 그 발견들이 어떤 면에서는 “삶을 고양한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했다.
니체는 오래된 건물을 보며 ”자신이 우연하고 자의적인 존재가 아니라, 과거로부터의 상속자이자 꽃이자 열매로서 성장해왔으며, 따라서 자신의 존재는 용서받을 수 있고 또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행복“을 느끼게 된다.
훔볼트의 흥분은 세상을 향해 물어볼 올바른 질문을 가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언해준다. 그것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파리를 보았을 때 약이 올라 파리채를 휘두를 수도 있고 산을 달려 내려가 식물 지리론을 쓰기 시작할 수도 있다.
풍경
V.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여기서는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가 안내자로 나옵니다.
워즈워스는 자연이 우리로 하여금 삶에서, 그리고 서로에게서 “바람직하고 선한 모든 것”을 구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은 “올바른 이성의 이미지”로서 도시 생활에서 나타나는 비꼬인 충동들을 진정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 속의 어떤 장면들은 우리와 함께 평생 지속되며, 그 장면이 우리의 의식을 찾아올 때마다 현재의 어려움과 반대되는 그 모습에서 우리는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 속의 이러한 경험을 ”시간의 점(spot)“이라고 불렀다.
여러분은 시간의 점이 있으신가요? 저는 중학교 수학여행 때 제주도에 갔는데요. 그곳에서의 자연 풍경이, 성인이 되어 첫 해외여행을 갔을 때의 이국적인 길거리 풍경들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VI. 숭고함에 대하여
숭고함은 우주의 힘, 나이, 크기 앞에서 인간의 약함과 만나는 것이다. 이것은 유쾌할 수도 있고, 심지어 사람을 도취시킬 수도 있다.
숭고한 풍경은 우리를 우리의 못남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익숙한 못남을 새롭고 좀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생각하게 해준다. 이것이야말로 숭고한 풍경이 가지는 매력의 핵심이다.
우리가 넘을 수 없는 장애와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만났을 때, 숭고한 풍경이 그 웅장함과 힘을 통해서 우리가 원한을 품거나 탄식하지 않고 그 사건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예술
예술 부분에서는 미술과 아름다움에 다룹니다.
VII. 눈을 열어주는 미술에 대하여
어쩌면 어떤 장면에서 찾아내야 할 것을 파악하는 감각을 기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각 예술을 공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장은 빈센트 반 고흐가 안내자로 등장하는데요. 예전에 러빙빈센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고흐의 그림이 더 잘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VII. 아름다움의 소유에 관하여
아름다움을 어떻게 소유할 것인가? 카메라가 하나의 방법이다. 사진을 찍으면 어떤 장소의 아름다움을 보고 촉발된 근질근질한 소유욕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아니면 아예 우리 자신을 물리적으로 아름다운 장소에 박아놓을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이 그 장소 안에 좀더 확실하게 존재한다면, 그 장소도 우리 안에 좀더 확실하게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저도 순간순간을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 사진을 찍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저자 또한 같은 생각이라 반가웠습니다.
러스킨은 아름다움과 그 소유에 대한 관심을 통해서 다섯 가지 핵심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첫째, 아름다움은 심리적인 동시에 시각적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복잡한 요인들의 결과물이다. 둘째,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에 반응하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타고난 성향이 있다. 셋째, 이런 소유에 대한 욕망에는 저급한 표현들이 많다. 넷째,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의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그것에 관해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해서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섯 번째 결론이 인상깊었는데요. 확실히 새로운 곳에 방문하였을 때 글을 쓰면, 기억에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낌을 기록하는 것도 그렇구요.
러스킨의 생각에 따르면,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도 데생을 연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었다. 즉 그냥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피게 해준다는 것이다. 눈앞에 놓인 것을 우리의 손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슨하게 관찰하는 데서부터 자연스럽게 발전하여 그 구성요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좀더 확고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
빨리 간다고 해서 더 잘 보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귀중한 것은 생각하고 보는 것이지 속도가 아니다. 그리고 사람에게는-그가 진정한 사람이라면-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의 기쁨은 결코 가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는 아름다움에 쉽게 다가가게 해줄지 모르지만, 그것을 소유하거나 감상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귀환
IX. 습관에 대하여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 『 팡세 』단장 136)
이 글을 보고 정말 동감했는데요. 늘 어디로갈까 고민하는 저에게 하는 말 같아서 뜨끔했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어려서 가지 못하는 곳이 많지만 아이가 크게 되면 가고 싶은 곳이 정말 많거든요! 그때까지 열심히 육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여행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은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여행하는 심리에 더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행하는 심리란 무엇인가? 수용성이 그 제일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적인 태도가 되면,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장소에 다가가게 된다.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는 분홍색과 파란색이 섞인 파자마를 입고 자신의 방 안에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우리에게 먼 땅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가 이미 본 것에 다시 주목해보라고 슬며시 우리의 옆구리를 찌른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